원래 쉬는 날을 맞춰 동거인과 테넷 아이맥스를 보고자 하였다.
하지만 그 시간을 맞추기도 쉽지 않았고, 아이맥스 가운데 자리 잡기도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바다를 보러 가자고 했고
강릉에 가게 되었다.
아침 10시에 강릉역에 도착해서 차를 빌려 안모크해변에 도착했다.
군생활하다가, 일하다가 몇 번 와본 곳이라 익숙했다.
바다를 한참 바라보며 꽉 막힌듯한 인생을 위로하고
계속 걸었다.
난
운전에 흥미를 느낀다거나,
100km까지 밟아도 별로 빠른지 모르겠다는 친구들을 보며 가슴을 치곤 했다.
저.. 분명.. 이상한 사람들..
운전은 나와는 거리가 먼 일일 것이고
나중에 가족이 생겼을 때에나 성사될,
하지만 그래도 안될 수도 있는 그런 일이라 생각했다.
면허는 민증 대용으로 사용한 지 어언 7년이 지났고
난 왼쪽 오른쪽을 잘 헷갈려하니까 그 공포심이 컸던 모양이다.
여느 날처럼 동거인에게 객기를 부렸다.
오늘 운전 제가 합니다 ㅋ
목숨 하나 더 챙겨 오셨죠? ㅋ
이 객기를 부린지도 벌써 1년째인데, 항상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웃어넘기던 사람이
갑자기
이젠 각오가 되었다고 해보라고 한다.
이 사진이 그렇게 주차장으로 가는 길인데
학생 때 뭐 잘못해서 혼나러 교무실에 가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렇게 차를 몰고 해미가에 왔다.
저 사진에 전까지 나왔는데
무슨 물회 먹다 배불러서 더 못 먹겠다는 말이 나오는 건 또 처음이었다.
운전 막상 해보니 별거 없던데
오히려 재미있었다!
강릉에서 대관령으로 가는 길에 네비를 잘못 보고
무슨 국도로 빠져서 대관령 꼬부랑길을 타고 올라갔다.
웃긴 건 돌아오는 길엔 반대로 가보자! 해서 가봤더니 거긴 또 고속도로였다.
동거인 말하길
처음엔 불안했는데, 신고식을 호되게 치르고 나더니 잘한다고 했다.
큰일이다. 나도 환자가 되는 건가.
삼양목장에 와서
얼마나 크겠어~ 하고 천천히 걸어 다니자 라고 생각했는데
이 곳은 걸어 들어가면 살아 나올 수 없는 곳이다.
양 떼 몰이를 한다길래
뭐 애들 보는 건가.
돈냈으니 함 보기나 하자.
했는데 개꿀잼이었다!
그런 인생을 살고 싶다!
바람이 정말 많이 불고 너무 추웠다.
이 날은 또 지나간 태풍에 풍력발전기 하나가 타버려서
그 근처에 있는 동해 전망대 출입을 통제했다.
좋은 곳이었다.
일상 속에서도 쉽게 이런 풍경에, 장소에 다다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이 없는 곳에서 열심히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 했다.
셔틀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님 말씀하시길
이곳으로도 사람들이 새해에 해돋이를 보러 온다고 하는데
끔찍했다.
반은 사람에 치여죽고 반은 추위에 죽을 것 같다.
난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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